samedi 24 novembre 2007

양피지 (parchemin)

베르가못에 이름을 준 베르가마 시는 서양 문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또다른 물체의 기원이기도 합니다 : parchemin. 우리말로 « 양피지 » 라고도 번역하는 빠르슈망은 꼭 양 뿐만 아니라, 소, 염소, 송아지, 돼지 등의 가죽에 필요한 처리를 가해 종이처럼 사용하던 재질입니다.

언뜻 보면 parchemin Bergama 두 단어 사이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베르가마의 옛 이름은 불어로 Pergame, 라띠나어로 Pergamum, 그리쓰어로 Pergamon 이었습니다. 고대 소아시아에는 지금의 베르가마를 수도로 한 뻬르감 왕국이 크게 번성했었습니다. 양피지도 기원전 2세기 무렵 거기서 발명되었거나, 또는 그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종이는 그리쓰어로 pergamênê, 라띠나어로 pergamena 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훗날 불어에서 parchemin 이라는 형태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도서관들에 보관되어 있는 중세의 필사본들 중에는 양피지로 된 것이 종이로 된 것보다 월등히 많은데, 이것은 종이가 귀하기도 했었지만, 종이로 된 책들은 세월의 흐름에 살아 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종이의 사용이 보편화 된 후로도, 중요한 공식 문서들은 여전히 양피지에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양피지라고 해서 영원한 것은 아니죠. 양피지 필사본들도 그 보관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그때문에 많은 도서관들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필사본을 만져볼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대신 필름화 되었거나 전산화 된 형태로 열람할 수 밖에는 없지요. 빠르슈망 필사본을 몇번 만져볼 기회가 있었던 제 경험에 의하면 그 느낌이 상당이 특이합니다. 약간 고무 같기도 하고,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그리고 눈으로만 보면 알기 어렵지만, 손으로 만져 보면 어느 쪽이 털이 있던 쪽이고, 어느 쪽이 살이 있던 쪽인지 감이 옵니다. 이것을 아는 것은 필사본의 정체와 구성 등을 판단하는 데에 때때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빠르슈망 중에서도 특히, 죽어서 태어난 송아지, 또는 갓 태어난 송아지의 가죽으로 만든 것은 vélin 이라 부릅니다 (veel = « 송아지 » 를 뜻하는 옛 불어). 벨랑은 보통 빠르슈망에 비하여 훨씬 희고, 얇고, 섬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다 고급스런 벨랑을 만들기 위해 심지어는 아직 태아 상태의 송아지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빠르슈망은 매우 비싼 재료였지요. 중세의 책은 그래서 아무나 손에 들고 읽던 것이 아니라, 부자들만 소유하고, 잘 모셔두는 귀중품이었습니다. 때로는 새로 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백지 빠르슈망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이전의 책을 다시 이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더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빠르슈망을 물에 빨고 박박 긁어, 원래의 글자를 지우거나 희미하게 한 후, 새로운 내용으로 덮어 쓴 것입니다. 이러한 필사본을 palimpseste 라고 합니다. 이것은 그리쓰말로 « 다시 긁어낸 ». 지웠다고는 해도 자국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빨랑쎄스뜨들은 읽기가 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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