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dredi 7 décembre 2007

알파베 (Alphabets)

루보가 고안한 바오밥도 음악과 무관하지 않지만, 죠르쥬 뻬렉은 12음 기법을 문학에 적용시킨 작품을 쓰기도 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간략히 설명하면, 12음 기법이란 서양 음계에 포함되어 있는 열 두 개의 음을 고르게 사용한 음악입니다. 한마디로, 도 음이 한 번 나왔으면, 다른 열 한 개의 음이 다 고르게 한번씩 나오기 전까지는 도 음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12음 기법에 크게 매료된 뻬렉은 1976년 출판된 알파베라는 제목의 시집에서 이 원칙을 글자에 응용하려는 시도를 행했습니다.

알파베는 모두 176편의 시를 담고 있으며, 각각의 시는 열 한 개의 글자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시 :

Satin, or bleu, trouble sain.
Rite : nous balbutions la réalité.
Nous brûlons.

Abrite la brune toison, brutalise
le bâton suri, ablutions errantes :
oubli...

언뜻 보아서는 별다른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글자를 하나하나 세어보면, 오로지 A, B, E, I, L, N, O, R, S, T, U 만이 각기 열 한 번씩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그 조합은 달라집니다. 윗 시의 분석표 :

SATINORBLEU
TROUBLESAIN
RITENOUSBAL
BUTIONSLARE
ALITENOUSBR
ULONSABRITE
LABRUNETOIS
ONBRUTALISE
LEBATONSURI
ABLUTIONSER
RANTESOUBLI

영어가 편한 분들을 위한 또다른 예, 171번째 시 (176편의 시 중 유일하게 영어로 작성) :

Is only true a year in soul,
tears lyin' out at your silent relay

Is noun reality ? Sour - yes - nail out,
solitary, uneasy in our letters
(inlay, outlay) : use iron !

분석표 :

ISONLYTRUEA
YEARINSOULT
EARSLYINOUT
ATYOURSILEN
TRELAYISNOU
NREALITYSOU
RYESNAILOUT
SOLITARYUNE
ASYINOURLET
TERSINLAYOU
TLAYUSEIRON

알파베의 모든 시는 위와 같은 표를 함께 가지고 있으며, 예외 없이 모두 열 한 줄로 분석됩니다. 즉 열 한 개의 글자가 열 한 번씩 쓰인 것이지요. 저자가 왜 11 이라는 숫자를 선택했는지는 설명이 없습니다. 아마도 불어 알파베의 스물 여섯 자를 모두 고르게 사용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짐작이 되지만, 그렇다면 이것은 큰 문제를 제기합니다. 왜냐하면 12음 기법의 정신에 매우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12음 기법은 바로 이러한 차별, 즉 몇몇 음들 만이 선호되는 것에 반대하여 일어난 운동인데, 뻬렉은 결국 일부 글자들만을 선택함으로써 12음 기법을 흉내는 냈지만, 그 가장 근본 정신은 배신한 셈입니다.

그리고 글자를 단위로 삼은 점도 실수로 보입니다. 불어처럼 유난히 묵음이 많고, 철자와 발음이 다른 언어에서, 과연 글자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실제로 소리의 균형을 이루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 차라리 음절, 또는 음소를 단위로 삼았으면 어떨까 궁금해 집니다. 또 아무리 시라고 해도, 문학에서는 의미의 문제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기에, 즉 뜻이 어느 정도라도 통하는 문장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12음 기법은 결국 문학에는 적용시키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이 원칙을 사용하여 176 편에 이르는 시를 쓴 뻬렉의 작업은 물론 찬미받을 만은 하나, 저 개인적으로는 알파베는 그의 다른 작품들(Le Grand Palindrome, La Disparition, Les Revenentes)에 비하여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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