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di 30 juin 2009

오페라의 유령 (Le fantôme de l'Opéra)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는 룰따비으 (Rouletabille) 연작 외에도 여러 소설을 남겼는데, 유달리 유명한 작품 하나가 있으니, 바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이 소설은 빠리의 오페라 극장 (갸르니에 궁) 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괴이한 사건들,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낭만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번쯤 읽어 볼만은 하지만, 뭐가 그리 재미있고 대단한 건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무려 삼십여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요 ? 또한 뮤지컬 (comédie musicale) 로도 큰 인기를 모았었습니다. 그런에 여기서 특이한 것은, 이 중 프랑쓰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소설이 1910년 발표되었고, 소설을 주제로 한 첫 영화가 이미 1916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근까지 거의 백여년간을 거치면서, 프랑쓰 사람들 중에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입니다. 압도적인 대다수는 영미권 영화들입니다. 뮤지컬 역시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 가 작곡하여 런던과 뉴욕의 무대에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불어로 된 자료들은 그저, 이러한 소설이 있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정도의 단순한 정보들을 반복하는데 불과하는데 비해, 영어로 된 싸이트들 중에는 이 소설에 — 보다 정확히 말하면 소설의 주제에 거의 광적으로 열광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신비롭다 못해 기괴한 분위기, 빠리 오페라 극장이라는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장소, 게다가 그 건물의 수백미터 지하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세계, 거기에다 추리적인 색채와 냉소적인 유머까지... 이 모든 것이 영미권 문화의 전통적인 문학 소재였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이런 것이 일종의 문화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물론 프랑쓰에도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프랑쓰답지 못합니다. 설사 프랑쓰 작가가 불어로 쓴 작품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리고 사실 외국인들은 원작을 직접 읽어 볼 기회가 드물어서, 아마 문학작품으로서 오페라의 유령 보다는, 그 전체적인 주제와 줄거리에만 집착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실제로 원작을 읽어 보면, 그렇게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체는 너무 오래되어 색바랜 느낌이 물씬 풍기고, 줄거리는 너무 황당무계하여 현실감이 없습니다. 게다가 마치 실제로 갸르니에 궁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고하듯이, 드문드문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인용하면서, 쓰고 있는데, 혹시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 다시 읽기에는 너무 유치하고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무튼 아래 동영상은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중 유명한 이중창을 싸라 브라이트만 (Sarah Brightman) 과 안또니오 반데라쓰 (Antonio Banderas) 가 부른 것입니다. 한때 작곡가의 부인이기도 했던 브라이트만은 뮤지컬의 초연에서 여주인공 크리스띤 다에 (Christine Daaé) 역을 맡은 이후 이 역할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반데라쓰는 이 뮤지컬에 출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 특별한 기회에 아래와 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원래 오페라의 유령 에릭 (Érik) 은 너무 추하게 생겨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안또니오 반데라쓰는 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잘 생긴 것 같군요. 그리고 음역이 너무 높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남자 가수들이 부른 걸 들어 보면 훨씬 저음이던데... 그래도 반데라쓰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인 것 같습니다.

mercredi 10 juin 2009

룰따비으 (Rouletabille)

땅땅하면 저는 어딘가 모르게 룰따비으가 생각납니다. 룰따비으도 프랑쓰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허구 속의 인물로, 역시 취재보다는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젊은 기자입니다. 다만, 땅땅이 만화의 주인공인 반면, 룰따비으는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룰따비으는 프랑쓰의 작가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1868-1927) 가 만들어낸 인물로, 노란 방의 비밀 (Le Mystère de la chambre jaune, 1907) 이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그 후 이 책의 후속편이랄 수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부인의 향기 (Le Parfum de la dame en noir, 1908) 에도 등장하지요. 그외에도 르루는 룰따비으가 등장하는 추리소설들을 여러권 발표하였습니다 (총 여덟 편).

이 인물의 원래의 이름은 죠제프 죠제팡 (Joseph Joséphin) 인데, 룰따비으는 일종의 별명처럼 쓰입니다. 불어를 아는 사람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RouletabilleRoule ta bille, 즉 « 너의 구슬을 굴려라 » 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bille 는 직역하면 « 구슬 » 이지만, 때로는 사람의 동그란 « 머리 » 를 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중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이름을 « 머리를 굴려라 » 라고 이해하면 더 재미있겠지요. ^^

실제로 소설에서 룰따비으는 매우 동그란 머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특히 이마가 넓어서 더욱 동글동글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동그란 머리를 굴려서 복잡한 사건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지요. 에르제가 그린 땅땅 역시 매우 동그란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룰따비으의 이야기들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었고, 텔레비젼 연속극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프랑쓰에서 다시 룰따비으 바람이 분 것은 2003년에 브뤼노 뽀달리데쓰 (Bruno Podalydès) 가 노란 방의 비밀을 다시 연출하면서이지요. 여기서 룰따비으 역할은 유명 배우이자 브뤼노의 동생인 드니 뽀달리데쓰 (Denis Podalydès) 가 맡았습니다. 사실 소설 속 룰따비으는 18세인데, 드니 뽀달리데쓰가 이 역할을 연기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니 뽀달리데쓰는 소설 속의 묘사처럼 동그란 머리와 똘망똘망한 눈빛을 갖고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이 역할에 나름대로 잘 어울렸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어린 배우를 쓴 것보다 더 현실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드니 뽀달리데쓰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프랑쓰의 수많은 명배우들이 등장했습니다 : 싸빈 아제마 (Sabine Azéma), 삐에르 아르디띠 (Pierre Arditi), 미꺄엘 롱달 (Michael Lonsdale), 끌로드 리슈 (Claude Rich)... 이들 대부분이 같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후속작 검은 옷을 입은 부인의 향기 (2005) 에도 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저는 개인적으로 르루의 소설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영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유머가 돋보여서 재미있었습니다.

노란 방의 비밀의 예고편 (bande-annonce)

mardi 2 juin 2009

뒤뽕과 뒤뽕 (Dupond et Dupont)

만화 연작 땅땅과 밀루의 모험 속에는 땅땅과 밀루 외에도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명의 짝꿍이 등장합니다. 뒤뽕 (Dupond) 과 뒤뽕 (Dupont) 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형사들인데, 항상 땅땅이 다 해결해 놓은 사건에 뒤늦게 끼여들어 일을 조금 망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두 사람은 매우 흡사한 외모와 똑같은 옷차림에, 행동과 말투도 꼭 쌍둥이 같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보여주듯, 이들은 쌍둥이는 커녕 한 형제도 아닙니다. 이들을 한꺼번에 통칭할 때는 les Dupondt 이라고 부릅니다.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콧수염입니다. 뒤뽕 (Dupond) 은 이름의 끝자 D 를 90도 눕힌 모양의 콧수염을 하고 있고, 뒤뽕 (Dupont) 은 이름의 끝자 T 를 180° 뒤집은 모양의 콧수염을 하고 있습니다.

뒤뽕과 뒤뽕

위 그림에서 왼쪽에 있는 사람이 뒤뽕 (T),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뒤뽕 (D) 입니다.

땅땅의 만화가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고유명사들도 재미나게 번역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뒤뽕과 뒤뽕의 이름은 말장난적인 특성 상 어떻게 각 나라 말로 번역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어 : Thomson and Thompson (톰쓴과 톰쓴)
독어 : Schulze und Schultze (슐츠와 슐츠)
에스빠냐어 : Hernández y Fernández (에르난데스와 페르난데스)
라띠나어 : Clodius et Claudius (끌로디우쓰와 끌라우디우쓰)